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했다. 휴학을 하고 일을 구하면 일이 쉽게 구해질지 알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일이 쉽사리 구해지지 않았다. 6월이 다가고 7월이 다 가도록 일이 구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한 2개월을 보낸 나는 어디든 떠나고 싶었고 수중에 있는 돈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여행지를 물색했다. 가까운 일본은 4번이나 여행갔기도 했고 이시국이었기 때문에 제외했고 태국도 이미 두 번이나 갔다 왔었다. 새로운 곳을 가고 싶었던 나는 베트남 하노이에 가기로 결정했다. 혼자 하는 해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무섭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다. 항상 가족과 함께거나 친구들과 함께였던 해외여행이었는데 내가 혼자 해외에 간다니.
하노이로 목적지를 정해놓으니 나머지는 술술 풀려갔다. 그때 당시 바로 다음 주에 있는 티켓(2019.08.07~2019.08.14)이 약 20만 원 정도길래 딱히 큰 고민 없이 티켓을 샀다. 8일 정도의 여정인데 이때는 딱히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방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을 하고 별다른 준비 없이 여행 갈 날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여행 전 날 김해공항에 가기 위해 저녁 10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오전 1시가 좀 넘어서 부산에 도착을 하고 피시방에서 밤을 샜다.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던 중 태풍으로 인해 비행기가 2시간 딜레이됐다고 문자가 왔다. 비행기에 타서 빨리 졸고 싶었는데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차라리 찜질방 같은 곳에서 잠을 잤어야됬는데라며 후회했다.

오전 8시쯤 공항으로 가 비행기 티켓을 받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김해를 출발하여 4시간을 날아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을 했다. 피곤에 절어있어서인지 한국 사람이 많이 있어서 인지 처음 내렸을 때는 별로 실감이 나질 않았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밖에 나오고 나서야 베트남에 도착했다는 것에 실감이 났다. 환전소에 가서 환전을 하고 미리 구매했던 유심을 받고 숙소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공항 안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다 나와서 더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푹푹 찌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베트남의 8월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 더웠다. 내가 겪었던 최고의 더위는 2018년 7월에 파타야에서 꼬란섬에 가는 선착장을 향해 걷고 있을 때였다. 오전 10시였음에도 불구하고 못버틸 정도로 더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결국 꼬란 섬가는 배까지 올라탔었지만 너무 더워서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때보다는 덜 덥지만 그에 준하는 더위였다. 버스 타는 곳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녔었는데 5분 정도 헤매니 티셔츠가 반쯤 젖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한국인 무리를 발견하고 거기가 버스 정류장이라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5분 정도 후에 버스가 왔고 그 버스를 타고 하노이 시내로 향했다. (아마 86번? 버스였나 그랬을 것이다)
호안끼엠호수 근처에서 내리고 구글 지도를 통해 사전에 예약해두었던 숙소로 걸어갔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숙소가 있었다. 8hang voi 근처였는데 숙소가 골목 안에 있었는데 처음에 들어가기 너무 무서웠다. 골목에서 좀만 들어가면 공사 중인 건물이 있었고 그 골목의 이방인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고 나는 속으로 무서웠지만 안 무서운 척하며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공사 중인 건물의 인부들이 나를 쳐다봤을 때 나의 걸음은 빨라졌다. 하지만 그 건물을 지나고 나니 바로 유치원 같은 곳이 있었다. 5~6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은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안심했다. 그곳을 보고 다시 보니 사람들이 순박해 보였고 다들 인상도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숙소 리셉션에 가서 내 방 열쇠를 받고 스태프가 나에게 방을 안내해 줬다. 리셉션 하는 곳에서 좀 더 안쪽 골목에 숙소가 있었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몇 층에 있는 방인지 몰랐다. 에어비앤비에도 안 나와있었고 체크인 할때에도 말해주지 않았었다. 그냥 나는 스태프를 따라갔는데 그곳엔 가파른 계단이 있었고 그 꼭대기인 5층에 내 방이 있었다.

그 가파르던 계단을 수십 개를 오른 후에 꼭대기인 5층에서 내 방을 마주할 수 있었다.

스태프는 나에게 방을 보여주고 이것저것 설명해주었다. 딱히 중요한 얘기도 없었고 밤을 새우 고도 비행기에서도 쪽잠을 잤었기에 너무 피곤해서 귀담아듣진 않았다. 방엔 냉장고도 있고 빨래 건조대, 헤어드라이기, 옷걸이, 조리 도구 등 많은 것이 있었는데 방안에 화장실이 없었다. 화장실을 가려면 방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왼쪽에 있는 작은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 5층은 내 방밖에 없고 올라올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나 혼자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내 방을 나가야 했고 갈 때마다 방 문을 잠그고 화장실을 가야해서 너무도 불편했다(5층으로 올라오는 사람은 없었지만 괜히 불안했다). 심지어 화장실엔 불도 들어오지 않아서 스태프를 다시 불러 전구를 교체했다.
숙소에 짐이라고 해야 옷가지들 뿐이었지만 짐을 풀었고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단잠에 빠져있다가 배고픔을 느껴 잠에서 깼다. 생각해보니 아침에 공항에서 먹은 빵 한 조각이 오늘 먹은 내 식사의 전부였다. 굶주린 배를 붙잡고 그 가파른 계단을 다시 내려갔다. 올라올 때 보다 내려갈 때 더 가파른 느낌이었다. 베트남에 오기 전 가장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인 분짜를 먹기로 했다. 숙소 주위의 도로를 정처 없이 걷다 보니 길가에 영어로 분짜라 적혀있는 곳이 보여 그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길 위에 테이블 4개가 이 식당의 테이블 전부였고 테이블 위엔 고기가 들어있는 사진에 보이는 국물?이 올려져 있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먹고 남긴 건 줄 알았는데 그 분짜가 내 분짜였다. 분짜 하나를 달라고 하니 아주머니가 손으로 쌀국수 한 뭉텅이를 뜯어 접시에 담아서 먹고 남긴 줄 알았던 국물 옆에 웃으면서 놓아주셨다. 아... 이걸 정녕 먹어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이것이 이 곳의 룰이라면 따라야겠지라는 생각으로 웃으며 땡큐를 연발했다. 아주머니는 인자하신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스프링롤도 먹지 않겠냐고 하였지만 나에겐 이 분짜도 해결해야 할 문제였기에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분짜의 맛은 생각보다 정상적이었다. 비록 누군가 남긴 것처럼 보였지만 맛은 먹어줄 만했다. 다만 나는 분짜가 좀 따뜻한 음식인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라서 조금 이상했었다. 차갑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은 미적지근한 국물이었다. 따지고 보면 차가운 쪽에 가까웠겠지만 . 이렇게 내 인생 첫 분짜를 통해 분짜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추락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내가 생각 이상으로 분짜에 대해 기대를 했었나 보다. 우여곡절 끝에 한 그릇을 비우고 나는 또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5분정도 걸으니 호안끼엠 호수가 나왔다. 생각 이상으로 컸고 사람들도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주말에 갔었을 때는 하노이 사람들이 다 호안끼엠에 있는 줄 알았다.


불이 켜지기 전에 호안끼엠을 봤었을 때는 그냥 덕진공원 느낌이었는데 불이 켜지니 존예보스가 되있었다. 이제서야 사람들이 왜 많은 지 느끼게 되었다.
나와 같은 여행객들, 데이트하는 연인들, 아이와 놀러 나온 가족들, 친구들끼리 놀러 온 사람들. 호안끼엠 호수 자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또한 좋다고 느꼈다. 그 분위기가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함께 호안끼엠을 마주했지만 나는 혼자였기에 조금의 쓸쓸함도 있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라 그런지 어색하기도 했고 친구 혹은 가족이랑 같이 왔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밤을 새우고 태풍 덕분에 비행기도 딜레이 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누가 먹었던 것 같은 분짜를 먹은 하루였다. 그저 내 일상이었다면 오늘 하루 일진이 안 좋네, 혹은 짜증이 났었겠지만, 여행이기에 이마저도 여행의 한 일부분으로 느껴졌다. 완벽한 여행과 완벽하지 않은 여행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은 여행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위로하며 침대에 누워 이렇게 하노이 여행의 첫 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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