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을 안치고 자서인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의해 하노이의 둘째 날이 반강제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무 계획 없이왔기에 딱히 어디 갈 곳도 없었다. 잠에서 덜 깬 상태로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자는 동안 온 연락을 확인했다. 어느 정도 잠에서 깼을 때 하노이 맛집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맛 집들이 나왔지만 짜까탕롱이라는 가물치 튀김에 꽂혀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했다.
걸어서 약 15분 정도 걸린다기에 급할 것도 없고 돈도 아낄 겸 대충 씻고 나와 짜까탕롱을 먹으로 걸어갔다. 걸음이 빨라서 그런지 예상했던 것보다 식당에 빨리 도착했다. 네이버에 맛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손님은 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식당 안으로 들어갔기에 자리를 잡고주문을 했다. 손님이 나 혼자뿐이여서인지 아니면 원래 빠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음식은 금방나왔다. 커다란 냄비에 가물치 튀김과 각종 야채들은 같이 볶고 쌀국수랑 소스와 함께 먹는 음식이었다.
전 날 분짜에게 뚜드려 맞아서 별 기대를 안하고 먹었는데 예상외로 맛있었다. 가물치 튀김도크고 야채도 많고 기대 이상이었다. 다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나같은 덩어리들이 먹기엔 가물치 튀김의 양이 너무 적었다. 가격은 12만동 정도 어제 먹은 분짜가 3만동이었는데 4배나비쌌다. 4배나 비싼데 맛도 없었으면 아찔했을거다. 짜까탕롱을 뚜드려 패고 근처에 성요셉성당이 있다길래 그곳으로 가기로 정했다. 얼마 걷지않자 의외로 금방 성요셉 성당을 발견할수 있었다.
성당의 높이는 꽤 컸고 엄청 오래되보였다. 성당 앞은 사진찍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둘째 날에서야 비로소 관광지다운 관광지에 온 것 같았다. 사람들이 잠깐 빠졌을 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셀카도 찍고 성당도 찍고. 옛날에는 사진찍는 것을 안 좋아했다. 카메라에 담기는 게 싫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싫었다. 사춘기였나. 하지만 지금은 사진에 있어서 호의적이다. 나의 기억을 남기고 찍은 사진을 보며 추억할 수 도 있다. 여행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여행 중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다시 거기에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런 기분이 좋아서 나는 사진을 남긴다.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 베트남하면 커피라는 생각에 성당 옆 콩 카페에 가려 했지만 이미 입구부터사람이 많아 나중에 먹기로 하고 다른 한적한 카페를 찾다 성당 근처에 사람이 없는 한 카페에들어갔다. 종류가 엄청 많았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에그 커피였다. 바로 에그 커피 한 잔시키고 내 몸에 버거운 조그마한 의자에 몸을 올렸다.뭐 나름 앉다 보니 편한 것 같기도 했다. 카페에서 바깥 구경을 하던 중 주문한 에그 커피가 나왔다.
뜨거웠다. 햇빛도 뜨거웠다. 아이스로 시키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했다. 이미 나왔는데 어쩌겠는가. 어차피 아이스든 핫이든 둘다 처음 언젠간 마주해야 할 커피였기에 들이켰다. 들이키자마자 위에 있는 코코아 파우더로보이는 가루에 의해 기침을 했다. 인절미 설빙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연신 기침을 해대자 카페 사장님이 웃으면서 숟가락으로 저어먹으라고 했다. 그제서야 나는 같이 나온 작은 숟가락에게 관심을 가졌다. 숟가락으로 휘휘 젓고 마시니 기침도 안 하고(어쩌면 이미 코코아 파우더를 다 먹었는지도 모른다) 적당히 따뜻하여 마시기 좋았다. 하지만 적당히 달지 못한 이 에그커피는 작은 악마 같았다.
그리고 이름이 에그 커핀데 계란 맛이 안 났다. 붕어빵에 붕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아니면 내 입에 문제가 있던가인데, 검색해보니 노른자가 들어간다고 한다. 후자였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나와 집으로 발길을 향했다. 가는 길에 호안끼엠에 들려 산책도 좀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집으로 향하며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다.
하노이는 생각보다 내가 가고 싶어 할 만한 곳이 없었고 남은 일정도 많아서 하루에 한 곳 정도만 둘러보기로 하고 나머지는 숙소에서 넷플릭스를 보거나 호안끼엠에서 가벼운 조깅 아니면 사람 구경을 했다. 주말에는 호안끼엠에서 학생들이 모여 케이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하고 제기 차기도 한다. 그저 거닐며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름 재밌었다.
'19.08 하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트남 하노이 여행기(5) (0) | 2020.03.14 |
---|---|
베트남 하노이 여행기(4) (0) | 2020.03.07 |
베트남 하노이 여행기(3) (0) | 2020.03.03 |
베트남 하노이 여행기(1) (0) | 2020.03.02 |